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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2016년 어느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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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더위에 나는 그날도 가기 싫은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에 들어가야 했다.

이게 싫은 이유는 한가지인데 내가 연대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두가지 짜증남이 파생되는데 하나는 다른 학생의 신분증을 빌려서 들어가는 번거로움이고, 또 하나는 내가 여기 들어올 자격이 없는데 들어왔다는 혼자만의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 날은 나의 여자친구의 신문스터디 날이었고, 솔직히 대단한 건 못느꼈다. 신문이야 항상 보는 것이고 신문을 보고 사람들과 얘기하는 건 당연한건데 이걸 의무적으로 하는게 놀라울 뿐이었다.

궁금하면 정보를 모으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것을 무슨 하나의 작업처럼 하는 것은 뭔가 굉장히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었기 떄문이다.

여튼 내가 들어가면 안되는 그 금단의 구역으로 들어와서 스터디를 마치고 난 뒤가 큰 문제인데 그 곳은 항상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모니터엔 패스를 찍는 자의 신분이 다 나오는데 당시 여자친구의 패스로 나가야했기에 멀쩡한 사내자식이 그 곳을 여자의 신분증을 가지고 나간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나의 여자친구는 나를 데리고 나갈 궁리를 모색하며 학술정보원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는데 학술정보원 2층이었나.. 쯤에 깔깔 거리는 휴식공간을 지나서 무언가 보게 되었다.

윤동주 시인을 기념하는 공간이었는데 매일보는 그들에겐 그저 한낯 인테리어쯤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무엇인지 모르게 그 경건한 곳은 나를 이끌었고 잠시 멈추었다.

무엇인지 모를 그 경건함이 나를 이끌었는데 그 곳엔 윤동주 시인이 생전 가지고 있던 노트가 있었다.

그저 먼 옛날 사람이고 먼치킨으로만 느껴지는 신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사람의 글씨에 내 눈앞에 있음에 그저 머리가 하얘졌을 뿐이었다.

다시 한번 그 곳에 가고 싶다.

내가 갈수 없는 그곳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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