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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좋든 싫든 추억이란 이름으로 머릿속에 새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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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 당시 SCEK는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내 나이 또래 남자 아이들이라면 어렸을때부터 문방구앞에 슈퍼앞에 삼삼오오모여 하던 철권시리즈의 명작.

철권 태그토너먼트에 미쳐있었고 대부분, 그 재밌는 게임을 더 좋은 그래픽으로 할수있는 PS2는 방컴퓨터와는 차원이 다른 동경의 게임기였다. 실제로 내친구들 몇명은 PS2를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나는 갖고싶었지만 집안의 여러가지 이유로 가질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어쩌다보니 컴퓨터에 뭔가 지식이 쌓이기 시작했고 친구들은 게임기 나는 공시디와 컴퓨터 부품을 구하러 용산에 처음갔었다.

그때 도착하여 처음 본 용산은 그저 중2들에겐 신기한거 가득한 꿈같은 공간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저 다리를 지나서 선인상가가 있는 곳으로 갈떄의 신기함은.

그 이후로 자주 용산에 가게 되었고, 용산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려고 한적도 있었다.(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긴 하다.) 

04년도에 생긴 아이파크몰은 당시 스페이스나인이란 이름으로 개장하였는데 서태지가 광고에 출연하기도 하여 굉장히 화제가 되었으나, 비싼 임대료 떄문인지 좋은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기존 상인들이 입점하지 않아서 빈공간 투성이였고, 작게 게임동호회인들이 정모를 하는데 공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가보니깐 전자상가 뿐 아니라 CGV도 있고 아마트나 패션브랜드들도 많고 음식점도 많아져서 용산을 대표하는 종합 쇼핑몰이 되었더라.

전자랜드는 스페이스나인이 생기기전까진 용산에서 제일 깨끗한 건물이었는데, 솔직히 안으로 많이 안들어가봐서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한창 중학교때 건프라에 빠져있던 나에게 건담베이스는 대한민국의 테마파크 같은곳이었다. 최신 건담관련 반다이 관련 PS2게임을 계속할수도 있고, 우리나라의 내노라는 건프라 제작자들은 자신의 건프라나 디오라마를 전시하기도 하였으며, 작은 이벤트같은 것들도 굉장히 자주했었기에 그곳에서 반나절씩 보낸적도 굉장히 많다. 주말에 거기가서 이것저것보고 학교에 가서 나의 덕력(?)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두꺼비상가는 특이하게 지하터널같은 구조로 되어있어서 쭉~직진하면서 구경이 가능하다. 여기는 정말 콘솔게임 그리고 애니나 일본만화에 관하여 굉장히 많은 상품들이 있었다. 사실상 용산에서 콘솔관련 무얼 사려하면 대부분 터미널상가 근처에서 호갱님이 되어버리고, 쫌 아는 친구들은 여기와서 다시한번 호갱님이 되어야한다. 여기서 제대로된 정보를 가진 고수라면 쇼핑하기 편하겠지만 중학생이었던 내 나이또래라면 정말 좋은 아케이드스틱이라하고 얼마 못가 고장나버리는 그런 물건들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여튼 용산의 콘솔은 두거비상가가 담당하고 있었다고 봐야한다. 

선인상가는 그야말로 컴덕후들에겐 천국이었다. 내가 고등학교떄 무렵인데( 대충 2006~07년도 정도일것이다.) 다나와가 활성화되고 인터넷으로 조립PC를 구매하는 일들이 많아져서 광장히 많은 택배 아저씨들이 왔다갔다 함과 동시에 아직 많은 이들이 발품을 팔면서 돌아다녔기에 정말이지 선인상가는 시장통이었다.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게에 가서 원하는 물건을 흥정하지만 잘 안먹힐때도 많았던 기억이 난다. 화장실옆에 흡연구역이 있어서 주구장창 담배 냄새나는 화장실에 인상찌푸리며 들어갔다 나온 것도 기억나고, 마지막으로 전역하고 13년도에 키보드랑 마우스 구매한 것을 수령하러 방문한게 마지막 방문이었는데 평일이긴 하였지만 굉장히 횡하다 못해 아무도 없고, 각 점포들은 그저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인터넷 판매로 거의 해결하는 것 같았다. 정말 냄새나고 지저분한 건물이었지만 사람들의 활기가 없어졌다는 것에 뭔지모를 아쉬움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나진상가는 1층의 조명들이 인상적이었다. 맨처음엔 조명가게들 투성이라 여긴 다 폰팔이에 조명 뿐이겠지.. 했는데 안쪽으로 가면 볼만한 가게들이 꽤 있었다. 선인상가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옛날엔 가장 흥하던 상가라고 애기만 들었다.

원효상가나 한신타운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원효상가는 워낙 노래방,AV기계들이 강세여서 내가 만질수 있는 물건들을 안팔기에 잘 방문하지 않았다. 한신타운은 워낙 거리가 멀어서 한번인가 가본 기억이 있는데 그냥 물건만 수령하고 빨리 나와서 별다른 기억이 없다.

마지막으로 저기 사진에 있는 터미널상가...친구의 첫 노트북 HP노트북 a/s부터 시작해서 18000원짜리 파워를 4만원 돈주고 사고 싸게 샀다고 좋아했던 적도 있었고 항상 뭐 찾는거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은 거진 터미널상가에 일하시는 분들이었던걸로 기억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키 150~160대의 10대 소년이 얼마나 돈뜯기 쉬운 존재로 보였을까 생각이 든다. 자꾸 학생 뭐찾냐고, 반말하시는 분들도 서슴치 않았고 말이다. 그래도 항상 용산역에 내려서 터미널 상가로 가는 통로를 지날때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그 생각이 아직도 느껴진다.

"자! 용산에 왔어, 이것저것 사가야지!" 이제 그런 터미널상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터미널상가는 철거 되었고 그전에 사라진 홍등가와 함께 재개발중이다.

홍등가에 대한 기억도 몇가지 있다. 아직 한창 철없던 시절, 청소년 출입금지라고 크게 적혀있는 그 발(?)로 가려져서 안보이는 안쪽을 호기심에 내려다보다가 무서워서 친구랑 줄행랑치던 기억도 있고, 바바리 코트를 입은 노년의 신사분이 그쪽으로 들어가길래 친구들이랑 재미있어서 히히닥 거리면서 웃었던 기억도 있고, 친구놈이 휴가나와서 여자랑 자보고싶다고 자보고 싶다고 하여서 다른 친구놈이 렌트한 차를 가지고 드디어 그 청소년 출입금지라는 글씨를 지나갔을때 뭔가 쾌감, 그리고 그뒤에 성인 사파리촌을 보아버린 20대초의 남자들은 그 광경에 놀라서 나오고, 친구놈은 가격에 놀라서 결국 차만 가지고 남자 넷이 드라이브만 했던 기억.

다 사라지고 서울중심에 고층빌딩들이 들어온다. 물론 홍등가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용팔이들도 담배냄새가 가시지 않는 화장실도. 좋은 것이라곤 할수 없다. 불법으로 팔던 DVD들도 말이다. 

하지만 좋은 싫든 나쁘든 간에 내게 추억으로 되어서 뭔가 연결고리가 있는 그 공간이 사라져서 내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야한다는 것. 

아쉬움이 한켠에 남는다.


어렸을 적 동대문에 갈때도 용산과 비슷했다. 꽉막힌 차로. 좌석버스한번으로 가는지 모르던 동대문에 가서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 내릴때 쓸려지듯이 내려져.

동대문구장으로 뭔가 꽉막힌 느낌의 그 도로들. 바글바글한 사람들. 내 손을 붙잡으며 자기에게 물어보면 다 안다는 옷파는 형들. 다 좋은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동대문구장이 사라지고  해방이후 최악의 건물로 선정된 DDP는 우리 아버지의 세대의 고교야구의 성지를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생겼지만 새로운 사람들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곳에서 데이트를 한 연인들도 있을것이고, 주말에 마실을 나온 가족들도 있을것이고, 패션관련 무언가를 하러온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그들에게 또 세월이 지나면 누군가에겐 흉물같은 그것도 누군가에겐 좋든 싫든 나쁘든간 추억을 간직한 매개체가 될것이다.


그래서 나는 잘 모르겠다. 이 변화들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그저 나의 기준으로 보기만하더라도 앞으로 좋아질수도 있는것이고 새로운 용산은, 나와 이제 상관없는 곳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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