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이라는 단어가 부쩍 많이 들리는데, 사실 이게 단순 유행어가 아니라 앞으로의 핵심 방향성이라는 건 점점 명확해지고 있죠.
그런데 현실을 보면,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정말로 통합 OS를 만들어서 굴리고 있다’고 말할 만한 회사가 딱히 안 보인다는 게 흥미로운 상황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앞서는 구글 웨이모나, 전기차 하드웨어 완성도가 뛰어난 현대자동차 같은 예외 사례가 존재하긴 해도, 결국 “하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자동차를 움직이고, OTA 업그레이드로 계속 진화시키면서, 모터·배터리·자율주행 등 모든 시스템을 통합 관리한다”는 관점에서 테슬라가 독주하고 있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한마디로 ‘기존 완성차 업체의 레거시’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벤츠, BMW, 도요타, 현대 같은 전통적인 제조사들은 오랜 기간 쌓아온 부품망, 내부 인력 구조, 개발 프로세스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냥 “소프트웨어 팀 뚝딱 만들어서 OS 하나 찍어내자”가 쉽지 않은 거죠. 물론 자동차용 SoC나 모듈은 엔비디아 드라이브(NVIDIA Drive)나 퀄컴 스냅드래곤 오토(Snapdragon Auto)를 사다가 조합해서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전동화와 AI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밀려 있다는 평을 받았던 혼다가 CES 2025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 비전을 들고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름하여 ‘혼다 제로 시리즈(Zero Series)’. 컨셉트카로는 살룬(saloon) 형태와 스페이스 허브(Space Hub)라는 SUV를 선보였는데, 사실 디자인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 포인트가 아닙니다. 사실 혼다e도 디자인은 문제 없었습니다.. 이 차들에 탑재될 ‘ASIMO OS’라는 통합 자동차 운영체제가 핵심이니까요.
ASIMO는 자금은 개발이 중단된 혼다의 휴머노이드 로봇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우리는 로봇 기술도 있고, 자율주행과 차량 통합 OS를 밀어붙일 거야”라는 브랜딩 의도가 느껴집니다. 테슬라와 현대, 그리고 도요타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로봇과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사이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혼다도 ‘ASIMO OS’로 한몫 거들겠다는 것이겠죠.
혼다는 2026년까지 제로 시리즈 3종을 내놓고, 2030년까지 총 7개 모델을 완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전용 아키텍처 플랫폼 + ASIMO OS’라는 조합이 깔려 있고, 결론적으로 모든 전자제어장치(ECU)와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안전 시스템까지 한 OS로 통합 관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게 곧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완성체를 목표로 한다는 말이기도 하죠.
더 흥미로운 점은, 혼다가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Renesas)와 협력해 고성능 SoC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3나노(nm) 공정에서 생산되는 멀티 다이 구성으로, 현행 R-Car X5H를 기반으로 AI 가속기를 더해 최대 2000 TOPS의 연산 성능을 낼 거라는 소문도 있어요. 테슬라가 144TOPS라고 알려져 있으니, 이론상 스펙만 놓고 보면 혼다가 훨씬 앞선다는 거죠. 물론 “이게 실제로 잘 굴러갈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요.
결국 관건은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입니다. 하드웨어 스펙만 세게 뽑는다고 해서 잘 돌아가는 건 아니거든요. 기존 완성차 업체 조직 문화에서 고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인력이 개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쪽은 실시간 OS(TRON)와 BSD 계열 등에서 강점이 있다고는 하나, 빅테크 수준의 민첩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꽤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겁니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엔 혼다e의 실패는 이런 자율주행이나 소프트웨어의 부재의 문제도 아니였고, 여타 품질 논란은 더더욱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금 기성 자동차 회사들 중 전기차의 문제 중 하나는 주행거리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시티카로 취급하는 건지 전기차를 주행거리가 짧은 모델들이 출시되었는데 이는 소비자들 선뜻 선택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단점이었습니다. 이런 개념과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어쨌든 혼다의 시도가 성공해준다면, 적어도 “혼다도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시대에 올라탔다”라는 흐름을 만들 수 있겠죠.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지금, 혼다가 ASIMO OS와 함께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물론, 시작부터 테슬라와 정면 승부할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고, 혹시 또 모르죠? 의외의 ‘역전극’을 써낼지도요.
https://youtu.be/Mg3WFhyeyHA?si=A8tqbUc2Hsn0eFCm
웃긴건 혼다 이 자식들.. 공식 유튜브 계정엔 이 영상이 안 올라와 있습니다... 진짜 마케팅 부서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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