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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IT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턴테이블 : Turntable 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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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었는데 엠비언트 음악의 대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가 턴테이블을 만들었더라고요. 작년에 2024년에...
네 맞습니다. 그 LP를 듣는 턴테이블이요.

이름은 ‘Turntable II로 , 디자인을 보면 형태와 기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예술과 기술의 결합체라고 평가해도 되겠는데요
. 음악가이자 시각 예술가로서의 독특한 정체성을 담아낸 이 작품은, 한정판 150대가 2024년 2월 13일부터 런던의 Paul Stopler Gallery를 통해 판매될 예정인데요. 가격은 £20,000(약 2,500만 원 상당)으로, 판매가 진행될수록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이슈입니다.

보통 턴테이블 하면 사각형 플린스로 둘러싸인 전통적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Turntable II’는 완전히 다른 형상을 제시합니다. 원형 수지 본체와 정밀 주조된 아크릴 플래터가 시각적 측면에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고, 8.6인치 Pro-Ject 알루미늄 톤암과 Ortofon 2M 카트리지가 탑재되어 오디오 품질 역시 우수하게 구현됩니다. 벨트 드라이브로 작동하는 15V 모터는 33rpm, 45rpm 두 속도를 지원해 다양한 레코드를 재생할 수 있도록 했죠. 이 모든 구성 요소에 금도금 RCA 단자까지 더해져, 고음질 오디오 추구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아두이노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 RGB LED 시스템을 통해, 재생 중 다양한 색 변화가 일어나는 점이 독특합니다. 음향은 물론 빛의 움직임까지 경험할 수 있어, 턴테이블이 ‘소리만 재생하는 기계’라는 기존 인식을 넘어서는 예술적 오브젝트로 기능하게 됩니다.

브라이언 이노는 1960년대 말부터 빛과 소리를 결합하는 여러가지 시도들을 해왔었죠. ‘단순한 결정론적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잡성’이라는 개념, 사이버네틱스·진화 이론 등에 영향을 받아, 음악과 시각 예술이 서로 경계를 허무는 혼합적이고 생성적인 프로젝트를 다수 시도해왔죠. 이번 ‘Turntable II’에서도 보라색, 마젠타, 파란색, 녹색 등의 색상을 사용하는 LED 조명이 음악적 맥락 안에서 서서히 변화하도록 설계되어, 이노가 추구하는 “천천히 변화하는 그림” 개념을 직접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감각적 접근은 이노가 만들어온 다른 작품들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예컨대 iOS용 앱 “Bloom”은 사용자가 스스로 오디오와 시각적 요소를 생성할 수 있게 만들어, 앰비언트 음악이 색상과 엮이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형제인 로저 이노(Roger Eno)와 함께 제작한 “A Quiet Scene” 역시 짧은 영화와 사운드스케이프가 어우러진 몰입형 오디오-비주얼 설치 프로젝트로, 예술이 단순 ‘감상’을 넘어 ‘상호작용’과 ‘진화’를 동반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고 보니 굉장히 Bloom 디자인적으로 공통되는 부분이 있네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디자인이 비슷하다니 재밌네요.

Turntable II의 배경에는 이노가 오랜 세월 쌓아온 엔지니어들과의 협업 정신도 깔려 있습니다. 켄 스콧(Ken Scott), 플러드(Flood), 존 레키(John Leckie) 등 쟁쟁한 오디오 엔지니어들과 함께 선구적인 사운드 기법을 개발해 왔으며, 특히 U2, 데이비드 보위 등 메인스트림 록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에서 앰비언트 텍스처와 사운드스케이프를 새롭게 시도했습니다. 최근에는 돌비 애트모스 믹스에 도전하며, 공간 사운드 디자인을 연구 중인 엠레 라마잔오글루(Emre Ramazanoglu)와 협업해 첨단 오디오 기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죠.

단순히 스튜디오 레코딩에 그치지 않고, 엔지니어들을 설치미술·생성 음악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면서, 사운드 아트와 음악 제작이 서로 교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노 작업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예술과 기술’이 맞물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몰입형 예술 세계를 창출해 왔습니다.

‘Turntable II’는 브라이언 이노가 추구해온 예술적 철학—빛과 소리의 유기적 결합, 일시적이면서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예술, 그리고 관람자(또는 사용자)의 즉각적이고 개인화된 경험—을 턴테이블이라는 오디오 기기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단순한 고가의 한정판 오디오 장비가 아니라, 예술과 기술의 융합물이자 공감각적 체험을 제시하는 하나의 설치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20,000라는 적지 않은 가격표와 150대 한정 생산이라는 희소성은 물론 매력적인 요소지만, 결국 이 장비를 통해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시각과 청각이 뒤섞이는 공감각적 체험”일 것입니다. 이노의 작업은 늘 그렇듯,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삶과 예술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또 다른 장(場)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 그래서 브라이언 이노가 뭐하는 양반이냐고요?

https://youtu.be/I3Ak5VgyEoc?si=RWumCo-ime7ISD4S

무려 전설의 윈도우즈 95 시작음악을 만든 사람입니다 ㅎㄷㄷ

여담으로 맥으로 작곡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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