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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세계적으로 박사 인력이 감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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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박사 과정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생활비 상승, 제한된 장학금, 그리고 졸업 후 불투명한 진로 전망이 맞물려 학생들이 박사 과정을 기피하게 된 것이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박사 과정 등록이 8% 감소했으며, 일본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3,000명 이상의 국내 박사 인원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러한 등록 감소 현상은 단순히 ‘몇몇 국가의 일’이 아니라, 점점 더 광범위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와 일본에서 두드러진 감소는 박사과정 장학금이 급등하는 생활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와 직결됩니다. 대학원생들은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거나, 교육비와 생활비 충당을 위해 상당한 금액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이로 인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재정적 스트레스가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를 유발하거나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의료 서비스나 정신 건강 관리 비용조차 부담하기 어렵게 된 학생들이 일정 비율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우수 인재들이 박사 과정을 주저하고, 이미 등록한 이들도 도중에 학업 중단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 박사 과정의 인구통계학적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미국 시민 및 영주권자의 파트타임 박사 등록은 2.7% 증가했지만 풀타임 등록은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인종별로 살펴보면 히스패닉·라티노(2.9%), 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3.5%), 아시아계(4.7%) 박사 등록이 증가세를 보인 반면 백인 학생 등록은 2.3%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여성 박사생 등록이 남성을 앞지르는 추세가 가속화되었는데, 특히 STEM 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학계 다양성이 증가하는 긍정적 결과도 함께 보고되고 있습니다.

국제 학생 등록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STEM 프로그램은 비자 처리 지연과 반이민 정서 강화, 그리고 팬데믹 영향 등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큰 변동을 겪었습니다. 2020년 신규 국제 학생 등록은 43%나 줄어들었고, STEM 분야 중에서도 일부 전공(예: 컴퓨터 과학)은 국제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던 터라 충격이 더욱 컸습니다. 생활비 상승과 지정학적 요인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당분간 박사 과정 등록 추세가 쉽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와 같은 전 세계적 추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박사 인력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높고 학부 수준의 교육열이 매우 뜨거운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비율은 그 기대치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국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자료 등에 따르면, 전체 박사 과정 인원은 2010년대 초반에 비해 다소 증가했으나, 최근 몇 년간은 성장세가 정체하거나 일부 분야에서 감소 추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는 이미 경쟁력 약화와 연구비 부족을 겪고 있으며, 이공계 분야에서도 해외 유학이나 산업계로의 조기 취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생활비와 장학금의 불균형이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며, 전일제 연구 집중이 어려운 환경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시간 강사 또는 다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례가 흔하다는 점입니다. 고용 시장이 박사 학위 소지자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해, 이를 이유로 박사 진학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BK21’ 등 대학원 지원 사업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실제로 체감되는 실질 장학금이나 연구 환경 개선 효과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역시 세계적 추세와 비슷하게 우수 인재들이 대학원 진학 대신 다른 진로를 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연구 생태계와 산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박사 과정 등록 감소는 학계와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칩니다. 대학들은 연구 성과와 혁신을 유지하기 위한 인재풀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게 되고, 연구비와 장학금을 늘려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해도 그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져 다른 영역이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교수직에 진출할 ‘차세대 연구자’가 충분히 배출되지 않으면, 학계와 산업계 모두 전문 인력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정 문제는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훨씬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학계 다양성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박사 과정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 그리고 산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장학금 현실화와 생활 보조, 연구 장비 및 환경 개선, 그리고 학위 취득 후의 경력 경로 확대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학생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단순히 ‘박사 과정 지원자 수를 늘리는 것’ 이상으로, 박사생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손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전 세계와 한국 모두, 박사 과정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점차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를 어떻게 유치하고, 그들이 연구 현장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느냐에 따라, 가까운 미래의 과학과 사회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수치와 통계는 단순히 ‘감소’라는 현상을 보여줄 뿐이지만, 이 현상을 방치한다면 그 후폭풍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과 정부, 산업계 모두가 함께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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